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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LIGHT] <팬레터> 문성일·소정화, ​눈빛만 보아도 안다는 것 [No.194]





<팬레터>문성일·소정화
눈빛만 보아도 안다는 것

2016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은 <팬레터>가 세 번째 시즌으로 다시 돌아온다. 지금까지 작품에 빠짐없이 참여한 문성일과 소정화는 대학로에서 ‘현실남매’라고 소문이 났을 만큼 친한 사이다. 개막을 앞둔 가을날, 고즈넉한 한옥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이 <팬레터>를 향한 애틋한 애정을 드러냈다.


보낼 수 없는 작품을 다시 만나다


평소에 글을 자주 쓰나요?

문성일_ 정화 누나는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는 반면 전 쓰는 것보다는 읽는 걸 더 좋아해요. 저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시를 좋아해요. 시가 지닌 함축적인 매력이 좋고,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소정화_ 성일이가 말한 건 과찬이에요. 저도 시와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요. 저도 그렇고 성일이도 그렇고 ‘집순이’라서 좋아하는 일이 비슷해요. 책 읽기, 강아지랑 놀기, 청소하기, TV 보기 같은 걸 좋아하죠.

대학로에서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두 분이 상당히 친하다고요. 두 분의 인연은 <팬레터>에서 처음 시작됐나요?

소정화_ 아니요, 그 전에 김태형 연출님의 사무실에서 먼저 만났어요. 이미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처음 만난 날부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문성일_ 누나가 저를 굉장히 편하게 대해 줬어요. 그래서 제가 누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죠. 하하.

의외인데요? 성일 씨는 낯을 많이 가리는 배우로 유명하잖아요.

문성일_ 맞아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유해지더라고요.

소정화_ 누구나 다 자기 안에 뾰족한 부분이 있잖아요. 성일이는 이젠 그 뾰족한 부분이 약간 동그래졌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성실해졌고 열심히 해요. 많이 성장한 걸 보면 누나로서 정말 뿌듯하죠.

그럼 성일 씨가 지켜본 정화 누나는 어때요?

문성일_ 예전에 정화 누나는 잘못한 게 있으면 냉정하게 말해 주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게 시간을 주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어떤 마음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리고요. 서로 바빠서 연락이 뜸해지면 섭섭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정화 누나는 언제나 어제 만난 사람처럼 ‘야, 이 짜식아!’ 이렇게 대해 줘요. 정화 누나가 저를 존중해 준다고 느끼니까 저도 언제나 누나를 존중할 수밖에 없어요.

시간을 거슬러 <팬레터> 초연 이야기를 해보자면 당시 두 분은 어땠나요?

문성일_ 제가 사실 <팬레터> 초연 때 많이 예민했어요. <팬레터>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거든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기분으로 무대에 오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날이 서 있던 거죠.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엄격했어요.

소정화_ 사실 초연 창작뮤지컬은 작업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어요. 그런데 히카루가 워낙에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상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배우, 스태프 들과 머리를 맞대고 같이 만들고 점점 채워지는 무언가를 느낄 때마다 행복했죠. 저는 성일이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랬어요. 드디어 만났네! 성일이는 매사에 빠릿빠릿한 친구라 같이 연기하기 좋았어요.

초연 당시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면서요.

문성일_ 아, 아직도 놀림을 받는 에피소드가 있죠. 마지막 공연날 ‘내가 죽었을 때’ 가사 중에 ‘보낸다’라고 해야 하는데 도저히 <팬레터>를 못 보내겠는 거예요. ‘보’까지만 말하고 나머지 말을 못하다가 결국 ‘보-이씨’라면서 울어버렸죠. 고개를 못 들 정도로요. 그 이후로 ‘보이씨’라고 놀림 받아요. 그 정도로 쉽게 보내지 못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연 당시 쫑파티를 저희 집에서 했어요. 그때 제가 대학로에 살고 있었거든요. 2박 3일 동안 저희 집에 모여서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밥 먹고 미드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죠. 하하.

세훈과 히카루는 서로에게서 뗄 수 없는 존재잖아요. 서로를 정의하자면?

문성일_ ‘거울’에 나오는 가사가 둘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거울 속 너는 글자를 먹고 자란 나의 반쪽. 세훈에게 히카루는 반쪽이에요.

소정화_ 어둠 속 목소리, 네가 외로울 때 구해 주던 손. 얼마 전에 연습하면서 세훈에게 히카루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해 봤거든요. 그런데 세훈에게 히카루는 가을이나 겨울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성일_ 에이, 그러면 히카루가 너무 섭섭하겠다.

소정화_ 섭섭해도 어쩔 수 없어. 적어도 봄은 아니었잖아. 음, 히카루는 떨어지는 낙엽이나 시린 눈발 같아.

<팬레터>가 지닌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소정화_ 시대적 배경이 낭만적인 경성 시대라는 점이요. 격변의 시대기도 하고요. 지금은 부끄럽거나 오글거린다고 생각되는 표현도 통용되던 시절이잖아요. 이런 낭만을 느낄 수 있어요.

문성일_ 초연 때 연출님이 ‘문학이 사람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셨어요.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잖아요. <팬레터>도 그래요.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 <팬레터>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죠.

소정화_ 아, 이런 생각도 해요. 예쁘다고 계속 말하면 정말로 예뻐지잖아요. 관객분들이 자꾸 예쁘다고 해주니까 작품이 더 예뻐진 것 같아요.


서로의 반쪽을 맞추다

<팬레터>의 세 번째 시즌까지 참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소정화_ 이렇게 매력적인 히카루를 어떻게 안 해요? 히카루의 나이가 19세라 제 자신이 조금 염치없게 느껴지지만요. (일동 폭소) 히카루는 자유로운 여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에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시즌마다 늘 최선을 다했고 많이 고민했어요. 세 번째 참여하면서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디테일을 고민해야만 하고, 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히카루에 대해 더 알아볼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죠.

문성일_ 특이하게 <팬레터>는 시즌마다 극장을 계속 옮겼잖아요. 동국대학교 이해랑극장,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그리고 두산아트센터 연강홀까지. 작품이 저와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담이긴 한데, 얼마 전에 제작 PD님과 ‘이번 출연이 마지막이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문득 <팬레터>라는 작품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화 누나의 말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번 출연에 부담감도 있어요. 그렇지만 언젠간 <팬레터>가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면, 이때 완벽한 바톤터치를 할 수 있도록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무엇보다 <팬레터>에서 만난 스태프와 배우들이 언제나 저를 깨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다뤄줬고, 그래서 이 사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자신을 너무 잘 아는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 게 어렵진 않나요?

문성일_ 옛날에는 그랬어요. 지금은 이렇게 날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하니까 편해요. <팬레터> 팀은 제 안의 모든 걸 끄집어내 줬어요. 저 아직도 종종 초·재연의 커튼콜 사진을 꺼내 봐요. 그때마다 ‘아, 나 진짜 많이 사랑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에 애틋해지죠. 특히 초연 커튼콜에서는 다른 배우들이 저를 안아주고 있거든요. 재연 커튼콜에서는 서로 같이 안고 있고. 그래서 이번 커튼콜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요.

소정화_ 내가 어떻게 해도 받아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눈빛만 보아도 서로를 아니까, 신뢰감이 쌓였어요. 그리고 이런 부분을 객석에서도 느끼실 거예요.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잖아요. 이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들을 때마다 어떤 기분인가요?

문성일_ 전 오랜만의 무대 복귀인데,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매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어요. 심지어 제가 2회 연속으로 첫 공연을 하거든요. 그게 연달아 매진돼서 ‘이거 정말로 내가 잘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바로 이게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소정화_ 기대감이 드는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행복해요. 저는 부담감을 느끼면 얼어붙거든요. 사랑받고 있어서 행복하고, 이렇게 행복하니까 무대에 오를 날이 기다려지고. 물론 당연히 제가 잘해야겠죠?

오늘은 왈츠를 연습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연습실 분위기가 굉장히 훈훈하다고요.

문성일_ 연출님께서 1막 엔딩의 왈츠 장면을 조금 더 극적으로 그리고 싶대요. 저는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저 말고 해진 선생님과 히카루가 격동적인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연습실에서 모든 배우들이 정말 가족 같아요. 웃다가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즐겁죠.

소정화_ 워낙에 친한 배우들이 많이 모여 있어요. 삼연에서 아주 조금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는데 요즘 열심히 연습하고 배우는 중이에요. 솔직하게 말하면, ‘지난 시즌이 더 좋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과 ‘새로우니까 재미있어!’라는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지 조금 알려줄 수 있어요?

소정화_ 극장에 와서 확인하세요! 하하.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느낌은 매번 다르잖아요. 지난 시즌에서도 캐스트마다 히카루, 세훈, 해진 선생님의 디테일이 달랐거든요. 무대가 지닌 이런 부분이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이번 시즌은 캐스트별 출연자 수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느낌을 보여드릴 거예요.

문성일_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가지만 그 방향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이런 점이 정말 재미있어요. 연습을 하면서도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는 마음이 들고 여러모로 개막이 기다려져요.

삼연까지 오는 동안 좋아하는 장면이나 곡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마음의 변천사를 알려 준다면?

소정화_ 초연 때는 솔로 곡을 잘 해내고 싶었어요. 처음 만나는 캐릭터를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 혼자 짊어지는 장면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도 있었고요. 재연에서는 히카루가 탄생하는 ‘거짓말이 아니야’와 세훈이가 히카루를 보내는 ‘거울’이라는 곡이 좋았어요. 이번에는 모든 장면과 곡이 연결될 때 설렘이 느껴지더라고요. 다시 말해 매 장면이 좋다는 것? (웃음)

문성일_ 저도 확장판처럼 서서히 넓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무도 모른다’나 ‘내가 죽었을 때’가 좋았다면, 재연에서는 이윤 선생님과 만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이윤 선생님의 ‘우리가 영 헛짓을 한 건 아닌 것 같아. 우리가 독자 하나는 살렸네’라는 대사는 들을 때마다 슬펐어요. 이제는 다른 선생님들과 만나는 장면이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세훈이가 처음 출판사에 들어오는 장면에서 워낙에 호흡을 많이 맞춘 형들이라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듯한 느낌이 즐겁더라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같이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나 이야기 장르가 있을까요?

문성일_ 가족 이야기에서 누나와 동생으로 만나고 싶어요. 특히 위트 있는 가족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정화_ 맞아요. 가족 이야기라면 정말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어요. 하하.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는요?

소정화·문성일_ (동시에) 어우, 싫어요. (일동 웃음)

이번 시즌의 첫 공연 5분 전,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정화_ 아무 말 안 할 것 같은데! 우리는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문성일_ 진짜 현실 멘트가 궁금하세요? 아마, ‘누나. 눈썹 조금만 더 길게 그려. 입술은 조금만 더 진하게!’ 이런 말을 하고 있을걸요? (웃음)

소정화_ 맞아요. 하하. 아마 저도 성일이한테 비슷한 말을 할 것 같아요. 성일아, 쉐딩 더 진하게 하자! 하하.

문성일_ 누구보다도 서로가 무대에서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으니까요. 아, 그러면 이렇게 말할래요. 누나는 오늘도 예뻐!

소정화_ 그럼 난 이렇게 말할게. 넌 오늘도 멋져! 난 네 편!

문성일_ 나도 누나 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4호 2019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글 | 박보라
사진 | 김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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