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국으로서 한창 호화로운 시절을 보내다 경제적 공황을 맞게 된 1920년대 격동기의 미국, <시카고>는 돈만 있으면 살인자라도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시카고를 배경으로 재즈 선율과 관능적인 안무로 미국 사회를 풍자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카바레>의 명콤비 작사가 프레드 엡과 작곡가 존 칸더, 브로드웨이의 전설적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포시의 공동작업으로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에 의해 리바이벌되면서 더욱 스타일리시해졌다. 이 작품은 70년대에 기획된 작품임에도 그 현대적인 감각과 세련미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뮤지컬 <시카고>의 배경은 1920년대 시카고. 두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보드빌 배우인 벨마가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총을 쐈고, 또 다른 공간에서 록시는 정부(情夫)의 배신을 알고는 살해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시카고에서는 흔하디흔한 일일 뿐이다. 이들이 이송될 쿡 카운티 교도소에는 벨마와 루시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죄인들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감옥에서 황금 같은 젊은 날을 보낼 필요가 없다. 유능한 변호사 빌리는 그들에게 돈을 받고 거짓 증언을 통해 법정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게 해준다. 한때 보드빌 가수를 꿈꾸던 록시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황색 저널리즘을 이용할 줄 알게 된다. 이처럼 뮤지컬 <시카고>는 돈으로 진실이 거래되는 1920년대 미국의 풍경을 풍자와 조롱으로 보여준다.
<시카고>는 형식적으로 보더빌 양식을 차용한다. 작품 속에서 노래가 등장할 때면 드라마와 분리되어 하나의 완결된 보더빌 쇼 양식을 이룬다. 지휘자가 노출된 공간에서 극에 참여하는 방식도 보더빌 쇼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시카고> 하면 밥 포시의 안무를 빼어놓을 수 없다. 씨스루 의상을 입은 근육질의 남녀 댄서가 뇌쇄적인 몸짓과 동작으로 관능적인 춤을 춘다. 검은 모자, 망사 스타킹 그리고 담배 연기와 기형적인 자세가 만들어내는 기괴함은 밥 포시만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